본문 바로가기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우울해진 이야기
셋째가 생겼다는걸 알게 된 후 잘하고 싶단 의욕과 잘해야한다는 부담이 생활을 바쁘게 만들었다. 출근전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퇴근해서는 할 수 있는데까지 아이들과 놀면서 할 일들을 하는. 그러다 어깨가 갑자기 너무 아파와서 방학 직전엔 응급실도 가보고 병조퇴도 하면서 결국 또 통풍인걸 확인.

아내의 입덧이 곧 시작되었고 첫째랑 둘째때보다 더 예민해진 후각과 쏟아지는 잠에 방학을 맞이한 난 통증이 남아있어도 내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첫째를 공동육아에 데리고가고 오는건 물론 둘째랑 밖에서 놀다가 빨래, 청소, 밥, 설거지 등 집안일들을 하는 주부의 생활패턴으로 변경.

잘쉬지 못해서 그런건지 어깨통증이 남아있는채로 오른 발목이 뻐근하더니 며칠있다 제대로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픈걸보면 통풍이 맞을텐데 통증 유형이 뭔가 다른데 왜 아픈진 모르겠고. 암튼 주말이 되기 전에 병원을 갔더니 또다시 통풍. 무릎관절에 물까지 찾다고 해서 주사기로 물도 빼고 얼음찜질도 하고 왔다.

이틀동안 움직이질 못했더니 집이 난장판이 되었는데 예배와 회의들 사이에 잠깐 틈동안 밀린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려니 여간 막막하고 지치는게 아니더라. 그러고 잠든 아내를 두고 두 아이를 데리고 회의에 참여하는데 평소보다 더 찡얼거리고 매달리는 녀석들이 여간 부담이 되면서 정서적 임계점이 지나치는게 느껴지는데 우울감이 밀려들었다ㅠㅡㅠ

집에 들어와서는 암것도 못하겠고, 어쨌든 정서적 전환점은 있어야겠고. 다행히 아내가 날 이해해주고 잘 받아주어서 1차 위기는 넘어가고 노래를 좀 듣는게 어떻냐고 해서 오늘의 상태에 맞는 곡을 찾아나섰다. 처음은 무난하게 걸그룹들의 노래들로 시작했다가 비와이의 dayday를 지나 안착한 곡은 송민호의 '겁'이었다.



#. 노래들
사실 난 쇼미더머니도 보지않고 송민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이 곡은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재가 되어 간간히 듣곤 했는데 오늘은 울컥울컥. 듣고 또 듣는데 그 마음이 알겠어서 울먹울먹. 감성적이 되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 만큼 마음 푸는데 좋은건 없는듯. 웃긴건 어제 무도 재방송을 보면서 겁으로 드립치는거 혼자 웃곤 했는데 오늘은 우네 ㅋㅋㅋ

그리고 마음이 가라앉는 지금은 신해철의 노래로.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마음이 차분하거나 나를 돌아보는 때엔 넥스트 시절 노래를 자주 듣곤 한다. 그나마 내가 들어본 앨범은 라젠카 하나 뿐인데 요즘 애청하는 트랙은 here, I stand for you 네.

마무리는 김동률의 '귀향' 오랜만에 들어도 여전히 좋구나. 그러는 사이 밥 시간을 놓쳐버리고 집은 여전히 어지럽고 할 일들은 가득이다만(지금 막 옥상에 빨래가 있단 생각이 났다!) 마음이라도 부드러워졌으니 감사히 일상을 받아들여야지.


#. 의지와 멈추기
삼일째 계속 3시 40분에 깨고 있는데(;;) 오늘은 마침내 혼자 기도하는 시간을 잠깐이나마 가졌다. 기도를 하면서 왜 내가 기도를 하기 싫은지 생각해봤다. 기질상 의지가 강한 타입이라 기도울 하면 힘이 나서 내가 맡은 일들을 더 감당해야할 것 같은 부담이 있었다.

셋째가 생기면서 내가 책임지고 있는 것들을 좀 더 단순화하고 에너지를 관리하기 위해 맡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의지적인 사람으로서 계획할 때엔 내가 컨디션이 좋고 상황이 괜찮을 때를 기준으로 일들을 벌려놓고 버겁고 지치는 때가 오면 도망치듯 다 내팽게치는게 패턴이었는데 더 못하겠다는 말을 꺼내는게 참 어렵더군. 더욱이 말하지 않았는데 역할이 줄어드는걸 보면서 아쉬움도 남고.

오늘 새벽에 기도할 때엔 성령의 열매 중 절제가 있음을 떠올리고 멈출 수 있는 지혜를 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