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읽기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대중영화의 미덕은 무엇인가. 어벤져스는 마블의 경쟁사인 DC코믹스의 대표작 다크나이트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영화가 가져야 할 미덕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 말이다. 


아이언맨의 엄청난 성공 이후 많은 사람들이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코믹스들을 영화화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수많은 작품들이 실사화되기 시작한다. 안타깝지만 이후 등장했던 아이언맨 2나 퍼스트 어벤져, 토르와 같은 마블영화들은 이후 등장할 어벤져스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화려하기만 한 예고편과 같이 여겨지게 되면서 매니아들의 영화로 전락하는 듯 보였으나 다른 한편에서 DC의 다크나이트가 대중성과 더불어 예술성을 함께 거머쥐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만다. 당시 사람들은 다크나이트를 넘어설 코믹스 작품은 없을것이라고 단언할 정도였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의 뛰어난 연출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어벤져스는 철학적인 사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잘만든 오락영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어벤져스로 돌아가보자. 제작자의 입장에서 이미 영화화된 개성강한-다른 표현으로는 이질적인- 캐릭터들로 한 팀을 꾸린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퍼스트 어벤져가 '미국을 상징하는, 초인적인 영웅'이라는 태생적 한계로부터 독특한 영화가 만들어졌던 것 처럼 어벤져스의 탁월한 재미 또한 이 한계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영화의 포인트를 집어보도록 하자.


• 밸런스 & 하모니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아이언맨, 블랙 위도우, 호크아이와 닉 퓨리 등 어벤져스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우리가 전작들이나 코믹스를 통해 익숙하게 알려져 있는 영웅들이다. 이들을 다루는 가장 편한 방법은 적당한 전장을 설정해주고 각자가 자신의 장기대로 활약을 펼치는 장면들을 멋진 CG와 효과음을 넣어 소위 간지나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선사해주기만 해도 일정 이상의 성과는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그보다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도 섬세하고도 더욱 멋진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토르와 호크아이가 일대일로 싸울 수 있을까. 헐크와 캡틴 아메리카는? 극중인물들이 슈퍼히어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각자의 능력치가 천차만별로 다른 상황에서 감독은 싸움의 판을 정밀하게 배치해놓고 모두 다 각자에 맞게 활약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것도 한명한명의 상황을 따로 만들어 돌려가며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이 맞물리도록 진행되어 있어서 막판 전투씬을 보면서 몇번을 감탄하였는지 모르겠다 ㅋㅋㅋ 지난번에 미션임파서블4가 이단 헌트 개인의 액션에서 팀의 역할이 커졌다고 칭찬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어벤져스에서 팀원간 밸런스를 맞추는 부분이나 조화를 이뤄내는 걸 생각하면 한수위라고 평하고 싶다.


이전 작에서 몸매좋은 여자 스파이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준 블랙 위도우를 활용하는 장면들이나 (특히 헐크와의 조우!) 걍 있는듯 없는듯 스쳐지나가는 역할로 나온 호크아이도 영화내에서 제 몫을 해주는 걸 보면서 오히려 이전 영화들에서 쩌리와 같은 캐릭터들이 살려내는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캡틴 아메리카도 퍼스트 어벤져때보다 비중은 줄었을진정 더 나아보인다.) 나중에 찾아보니 감독이 코믹스 광팬이라는 것 같더만 ㅋㅋ 역시 애정이 있어야 작품이 살아나는 것 같다 : )



• 깨알같은 코메디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보통 영화도 아니고 마블의 초대형 기획에서 이런 깨알같은 유머를 끊임없이 구사하다니. 진지한 전투씬일지라도 적재적소에서 빵빵 터뜨리는 장면이 나오곤 한다. (왠지 웃길지도 모르지만 넘어갈거야, 하는 부분들은 다 잡아준다 ㅋㅋㅋ) 미국식 유머라고도 볼 수 있지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웃길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극장 분위기도 덕분에 업업. 슈퍼히어로라는 장르가 마냥 폼잡으며 진행될수도 있는데 탁월한 유머코드가 중간중간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영화가 지루하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실제로 러닝타임이 두시간반정도 되는데 영화자체의 리듬감도 좋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웃기는 장면의 7할 이상은 아이언맨이 만들고 헐크 또한 그 존재감만으로도 간지와 코믹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ㅋㅋ 로버트 다우닝 주니어 이외의 아이언맨을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능글맞음이란! 전작 아이언맨2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다른 히어로들과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영화의 최대 수혜자가 아이언맨과 헐크라고 할 수 없는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넉넉하게 배분받고 충분히 활약하기 때문일거다. 이동진 기자가 어벤져스는 액션이 아닌 코메디영화라고 했었는데 어느정도 그 말에 동의가 된다 ㅋㅋ 이 영화를 무엇이라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시트콤 영화'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랜시간 공들여 쌓아온 캐릭터들을 상황속에 넣어 에피소드와 웃음포인트를 잡아내는 영화. 어벤져스가 단편이었다면 감히 해내지 못했을 '쌓여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탁월함이 영화의 최고 장점이 아닌가 싶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곰곰히 생각해보며 제작자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창작도 재탕도 아닌 초대형 프로젝트, 사람들의 높은 기대치와 이미 정형화된 캐릭터들 사이에서 꽤나 현명한 선택을 하였고 이후로 이어질 마블 영화들에 대한 안정적인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시빌워 Civil War도 프로젝트가 준비중이라는데 어벤져스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철학적 주제까지 담아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코믹스 영화화의 선봉장이었던 아이언맨 이후 장르가 고착화되어버리면서 두시간짜리 예고편이냐는 비아냥을 받았던 것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어벤져스를 보고 지난 예고편과 같았던 작품들에 대해 관대해져 있지만 다시 예고편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요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히어로 나오는 영화보고 '한번이라도' 재미있었다고 생각해 본 사람

 - 그게 그거인 블록버스터에 지쳐있던 사람

 -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블랙위도우, 호크아이 중 3명 이상 이름 아는 사람

 - 왠간하면 보세요 ㅋㅋ


#. 영화 보기 전 팁

 - 예고편이라고 나온 영상 클립들이 많은데 안보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 중간중간 아는 장면들이 많아 아쉬웠음

 - 3D 효과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마냥 좋다고만 할 수도 없음. 전 기회되면 디지털로 한번 더 보려구요. (3D 아이맥스는 안봐서 모름)

 - 영화 끝나고 쿠키 있습니다. 금방 나오는 편이니 보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