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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40416 / 컨디션 좋은 날의 불안 정신과 약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지 보름정도 되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한 세월이 걸리는걸 보며 내가 게으르거나 마음먹기를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겠다는걸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해야하고, 해내고싶다는 것만으로 파산과 이혼에도 버티고 살았는데 한번 꺽인 마음이 복구가 잘 안되더라. 친한 동생에게 정신과를 소개받았는데 좋은곳이라 그런지 예약이 보름넘게 남았다. 마음같아선 빨리 약을 복용하고 싶은데 섣불리 다른데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기력(나 못하겠다)를 인정하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변 우울증 선배들에게 경험담을 들어보기도 하고, 관련 책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다. 특히 해야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고싶은것을 구분하고.. 더보기
페북 안녕, 그치지 않는 비 #.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아마 몇번 시도를 했었을거다. 대체로 페북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물리적으로 차단을 해보고자 했었다. 하루이틀정도는 마음 편히 보내다가도 가벼운 마음으로 접속해보면 자연스레 다시 로그인하며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한두달여전 교통사고로 아내가 입원하고 아이들은 부모님댁에서 일주일가량 지냈던 적이 있었다. 지금에야 고작 일주일이라지만 당시엔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고 몸도 안좋다보니 정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당시 퇴근하고 아내 병원에 잠깐 들려 30분도 주어지지않는 병문안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불꺼진 집에서 혼자 멍하니 보내다 잠드는게 일상이었다. 나름 혼자 있다고 영화도 보려고 했는데 나도 환자인지라 체력도 안되고 이도저도 아니게 시간만 보냈었었다.. 더보기
층간소음과 변화 며칠전 아내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내려가다가 아랫집 아주머님과 따님을 만났다. 평소에도 애 셋 키우는 집으로 불편드려 죄송하다고 하면 본인들은 다 직장에 다녀서 괜찮다고, 낮시간에는 맘껏 다니고 밤에만 조심해달라고 말씀해주시곤 했는데 어째 인사하는 분위기가 심상치않았다.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시진 않으셨지만 자녀분들이 밤에 층간소음이 힘드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우다다 하는 발소리도 나고 쉬어야하는데 어렵다는 말씀을 (아주머님은 부드럽게, 따님은 조금 더 쌔게) 전해주셨다. 전에 이야기하셨듯이 일곱시 이후로만 조심해달라고 당부하셨다. 올게 왔구나, 싶었다. 긴장되는 마음 한편으로는 우리 가족 생활 루틴을 확실히 잡아야하는 변화의 기회가 왔구나 생각을 했다. 덕분에 그날부터 이른 저녁을 먹고 온가족이 (전에 .. 더보기
부디 평안히 쉬기를 그냥 어느때나 있을법한 새벽이었다. 다섯시즈음이었나 잠에서 깨 습관대로 핸드폰을 뒤적이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사망소식에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난 nba를 잘 알지 못한다. 볼 수 있는 경로도 없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룰조차 조금만 딥하게 들어가도 잘 모른다. 어릴때 문방구에서 파는 nba카드를 샀던게 유일한 접점이랄까. 그래도 코비의 이름은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조던에 근접한 사나이. 가끔 위키로 찾아보면 까이는 지점이 없진 않으나 그의 실력과 영향력에 있어서는 부인할 수 없는 레전드라는건 쉽게 알 수 있었다. 헬리콥터 사고라니. 이 황망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의 옆에는 딸이 동승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아. 비통하다.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SNS에 추모.. 더보기
위기는 기회인가, 실패의 전조인가 매년 채용신체검사를 받는 나는 검사결과를 수령하기 전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는 연락에도 무덤덤했다.이내 그래왔듯 간수치가 높게 나왔고 체중을 조절해야 하니, 약을 먹어야 하니 이야기 후에 합격 소견을 받겠거니 했다. 어라, 근데 아니었다. 20대부터 고질적이었던 간수치는 물론, 고혈압에 당뇨라는 처음 듣는 상태가 추가된 것.그나마 대충 넘어갔던 간마저도 초음파 검사를 꼭 받아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최근 검사일이 2016년이라 그때랑 상태가 또 다를 수 있다면서;)의사선생님의 박력에 이틀만에 또 채혈을 하고 당뇨검사를 신청했다. 전날 아침에 깨서 깜박하고 콜라 한모금을 마셔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몸이 망가져가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받아들여졌다. 그럴만도 한게 작년 일년간 꽤나 무리하며 살아오긴 했다.. 더보기
믿다 어제는 부활절이자 세번째 4월 16일이었다. 우리 교회 설교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후길 남긴다. 지난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괴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유가족들의 단단한 결의였다. 이제야 정부차원의 음해와 조작이었다는게 밝혀졌지만 그것이 작동되어 많은 보통 사람들의 비난과 냉소속에서 광화문을 지키고 있을 때 였다. 기존 정치권에 희망을 가졌던 때도 있었을거다. 시민권력의 힘으로 무언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을지도. 혹 권력자 앞에서 무릎 꿇었던 것처럼 어떻게든 삼백명의 아이들의 죽음의 원인이 규명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신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자 했던 그것이 가능하다고 절실히 바라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돌아온것은.. 더보기
부활의 아침 지난주는 한계에 부딪힌듯 했다. 낮밤이 바뀌어버린 막내에 맞추다 몸살이 덜컥 나버린 것이다. 목이 붓고 두통이 지끈거리다가 오한이 돋고나서야 몸살인걸 알았는데 처음 든 생각은 '어떻하지' 였다. 때마침 그 날은 산후조리도우미 이모님의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25일이라는 기간동안 모든게 다 좋진 않았지만 이모님께서 해주신 밥이나 깔끔해진 집, 정돈된 세탁물들은 분명 산후조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독립해도 되겠다 싶기도 해 감사한 마음으로 작별을 맞이하려 했으나 큰 부담을 안은채 보내드릴 수 밖에 없었다. 퇴근후 들린 병원마져도 5분 차이로 진료가 마감이 되어 약국에서 파는 약만 살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엔 어떻게든 빨리 나아야겠다는 집념만 가득했다. 그간 퇴근후에 같이 아이들을 돌보던건 오롯이 아내의 몫.. 더보기
떠남 #. 2년간 근무했던 학교를 떠났다. 계획에 없던 작별로 인해 주어진 하루동안 정신없이 교실에 있던 물건들을 버리고 챙겼다. 컴퓨터에 남아있는 흔적들을 하나하나 백업하고 지웠다. 정신없이 인수인계를 마치고 참여한 송별회에서는 기대와는 달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수는 없었다. 환풍기로 인해 멀어진 테이블 때문인지, 눈앞에 갈비에 집중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으로 (어쩔 수 없이가 아닌) 스스로 떠나기로 한 미안함일지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또 보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아쉬워했던건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라는 것을. #. 뜻하지 않게 새로운 학교를 찾는 상황이 되었을 땐 불안속에 눈 앞의 상황에 집착하게 되었다. 당장의 경제적인 책임을 어떻.. 더보기
방학 끝 어제는. 부모님께서 아이들과 한강 물놀이장에 가주시는 동안 대출을 받기 위해 아내와 일산에 갔다. 동네지점에서 해결하고 싶었는데 처음 계약한 곳에 가서 해야한다는 안내를 받았었다. 간만에 간 일산은 내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곳과는 다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교과서에나 볼듯한 베드타운같았다고 할까. 말 그대로 추억의 장소가 되어가는 듯 하다. 대출은 역시나 한번에 되진 않고 개학하면 다시 와야할듯 하다. 결혼하기 위해 처음 은행에 찾아갔을 땐 긴장도 많이 했었는데. 대출권장시대를 맞아 직원분들도 더 친절해진 것 같고 더 복잡해진 조건들에 비해 수월하게 빚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필요한 업무를 마친 후 시간이 남아 오랜만에 둘이서 영화를 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 단편소설과 같.. 더보기
#. 우울해진 이야기 셋째가 생겼다는걸 알게 된 후 잘하고 싶단 의욕과 잘해야한다는 부담이 생활을 바쁘게 만들었다. 출근전에 밀린 집안일을 하고 퇴근해서는 할 수 있는데까지 아이들과 놀면서 할 일들을 하는. 그러다 어깨가 갑자기 너무 아파와서 방학 직전엔 응급실도 가보고 병조퇴도 하면서 결국 또 통풍인걸 확인. 아내의 입덧이 곧 시작되었고 첫째랑 둘째때보다 더 예민해진 후각과 쏟아지는 잠에 방학을 맞이한 난 통증이 남아있어도 내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 첫째를 공동육아에 데리고가고 오는건 물론 둘째랑 밖에서 놀다가 빨래, 청소, 밥, 설거지 등 집안일들을 하는 주부의 생활패턴으로 변경. 잘쉬지 못해서 그런건지 어깨통증이 남아있는채로 오른 발목이 뻐근하더니 며칠있다 제대로 왼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