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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방학 끝자락에서 아기를 키우는 삶이 예측불인지라 하루가 이틀같고 이틀이 하루같이 뭉뚱그려져 시간을 보내다보니 방학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큰 결정을 앞두고 이래저래 생각도 많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신뢰하는 분들의 말씀도 듣고 여러 조건과 상황을 헤아리면서 오히려 본질적인 질문에 가까워지는 신비를 경험하고 있다. 흔히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원점으로 회기한다 할지라도 이로인해 얻은 것들이 인생의 여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아이의 아빠이지만 여전히 미숙하고 자라야할 것 많은 사람임을 절실히 깨닫는 이 시기가 나를 겸손케한다. 가톨릭대 안에 있는 성당의 고요함이 그립다. 그곳의 나무냄새와 눈 앞의 십자가를 두고 다시 한번 조용히 기도 드리고 싶다. 더보기
실패를 경험할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태도들 근래 경미한 우울증과 함께 둘째 출산 및 임용고시 준비를 하면서 나 자신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었었다.애써 감추고 쳐다보지도 않던 나의 아킬레스건. 대학 때 난 학과공부보다 선교단체가 우선순위라고 이야기했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대학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할지, 같은 학생이었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 적응이 되지 않던 나의 모습이 학과에 투영되어 있었고 그간 어딜가던 무난하게 중심부와 어울리며 지내왔던 나에게 학과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 남겨져 있었다. 쨋든 난 졸업을 했고, 전공을 살려 직업을 가졌으며 이제 결혼을 해 가장으로서 아내와 두 명의 아이를 책임져야 했다. 힘들게나마 선택한 공부는 이전의 나를 대면해야하는 조건이 있었나보다. 내가 매주 본방사수하는 예능.. 더보기
가족 방문 후기 지난 며칠동안 큰 일들이 있었는데 첫번째 임용고사는 '공부한만큼 열심히 썼다', '팔이 아프다', '생각보단 할만했다' 정도로 갈음하고, 드디어 가족을 만났다. 아내의 둘째 출산 후 몸조리를 위해 좀 먼 길이었지만 처가로 내려갔다. 2-3일정도 같이 지낸 후 어느정도 처가 어르신들과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홀로 집으로 올라왔다. 큰 시험이 2주정도 남은 시점에서 수험생으로 지내기 위해 홀로 지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가볍게 혼자 지내니 편하겠다, 밥은 잘 챙겨먹는지, 가족들이 보고 싶지 않냐는 말씀들을 하셨는데 16일의 기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은 2-3일이면 충분히 혼자 즐기기 적당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원없이 한다던지 하는건 생각만큼 매력적인.. 더보기
습관 만들기 결혼 4년차가 되어서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화하려고 한다. 체질한의원의 진단과 통풍 재발로 인한 건강한 삶에의 요구와 피할 수 없는 임용고사라는 과업을 맞아 단기간의 승부가 아닌 매일의 꾸준한 삶으로의 마음을 다지고 있다. 감사히도 출산 전 집 정리를 마쳐놓아서 어지럽히지만 않으면 환경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홀가분한 생활도 이전의 방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조화하려고 한다. 겨울방학에 가족이 있는 처가에 내려가 한달 가까이 지낼수도 있겠지만 그러기보단 집에 있기로 한 이유는 나 스스로 성실함을 가지고 살아가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날 믿어주는 아내의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 공부만 죽어라 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단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해진 목.. 더보기
예측불허 임신 막달인 아내는 매주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그나마 둘째라고 임신 중간에 두어달 가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진료를 받았던 것 같다. 어느정도 초음파 사진에 시큰둥해져도 잘 지내고 있다는 안도감이나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태동검사란걸 한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와야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초음파를 마치고(여전히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의사샘방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언능 마치고 계획대로 택시타고 샘으로 가서 음료나 한잔 마실까, 생각보다 늦어졌으니 집에서 쉴까 고민하고 있는데 안쪽에서 진료중인 의사샘과 간호사분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흠 뭘까.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아직 출산예정일은 열흘정도 더 남아있었는데 자궁문이 조금이지만 열려있다고 한다... 더보기
나이먹기 처음이다. 나이먹음을 몸이 반응하는건. 새벽 늦게 잠이 들면 피로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더디어진다는 정도만 인식했었는데 올 한해는 심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지금 현기증이 너무 심해서 퇴근길에 쓰러진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데 20대에 삼사일은 밤샌것 같이 몸이 무겁다. 어제 저녁잠을 자고 밤에 잠이 안온다고 두어시간 눈 붙이고 출근했는데(그마져도 지각ㅠ) 학교에서 일이 너무 많아 이제사 퇴근을 한다. 일에 일이 겹쳐져서 해결하고 해결한달까. 유달리 정서적으로 힘든 일도 많고 업무량으로 버겁기도 하고 체력이 벅차는 경험도 하게된다. 철없고 패기만만한 사람이었는데 세상살이 만만치않다는걸 몸으로 느낀다. 세월호 참사와 판교 붕괴사고를 거쳐 신해철 사망을 통해 죽음이란게 얼마나 가까운지 알게된다. 무섭고 .. 더보기
신뢰와 순종 신뢰를 쌓아간다는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맞부닥치게 되는 갈등의 순간에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유혹을 억누르고 멈춰서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근 몇주간 학생과 지독한 갈등을 겪으면서 미약하게나마 쌓아논 신뢰를 깨뜨리면서까지 내 입장을 고수해야했나 후회가 된다.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때의 맹점은 그 목적을 상실해버린다는 것이다. 시작이야 원칙을 고수한다던지, 강경한 교육수단이라던지 나름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대치하는 과정에서 내가 옳았다는걸 증명하는 것만 남아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게 해야할까. 어떻게해야 교육적인 목적에 부합하게 관계를 맺고 원칙을 고수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도중 예수님을 떠올렸다. 오른뺨을 맞.. 더보기
아파 몸이란게 생각보다 정직한가보다. 오늘 학생이랑 투닥거리고-이젠 화도 안나고 답답하고 슬플뿐- 스트레스 좀 받았다고 집에 올 때부터 살살 아파오더니 이젠 대놓고 아프다. 왼쪽 발등. 통풍부위 말이다. 지난번에 나름 체질직하는데 왜 아픈가 이상했었는데 스트레스 때문인가보다. 내 체질은 화내는 것도 안좋다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어렵구나. 지난번엔 소염진통제맞고 좀 괜찮아졌는데 이번에도 약을 의존해야할듯. 더보기
시간을 달리는 하루.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노래 아이유 - 너와나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노래이다. 이 둘 뿐만 아니라 시간이라는 소재가 쓰인다면 대체로 몰입하면서 감상하는 편이다. 시간의 특성 중 비가역성이라는 성질이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지나가버린 시간이란건 언제나 아련하고 애틋한 마음이 드는가보다. 오늘은 참 특별한 날이었다. 지음이를 부모님댁에 맡긴지 나흘이 넘어가면서 마음이 쓰이고 보고싶은 것과는 별개로 아내와 둘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신혼때 생각이 조금 나더라. 암것도 모르지만 어떻게든 하면 될 거 같던 그 시절. 단둘이 손잡고 거리를 걷고 챙겨주지 않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재우지 않고 잠이 드는 그런 평범함. 다만 빈자리는 적지 않아서 간간히 아내는 .. 더보기
잠깐의 헤어짐 지음이가 부모님댁으로 갔다. 만삭의 아내가 몸이 많이 무거워지면서 허리를 비롯한 여러 통증에 시달리면서 육아를 동시에 진행하는건 무리라는 판단하에 걱정하시던 부모님의 제안을 덥썩 받아들였다. 지음이가 태어나고 양가 부모님께 여러번 맡긴적이 있었다. 대부분 아내와 영화를 보거나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처음엔 2-3시간에서 지난 결혼기념일엔 하루동안, 지난달에는 3박4일까지 그 기간이 늘어갔다. 다행히도 지음이는 부모와 떨어져서 어느정도 잘 지내는 듯 하고 다시 돌아와서도 어리광을 부리긴 하지만 곧잘 적응하는 모양을 보면 안심이 되기도 한다. 다만 이제 곧 태어나는 둘째의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와 아이가 처가에 가기로 해서 그게 참 아쉽다. 적어도 두어달의 시간동안 떨어져있을텐데 결혼 후 그렇게 오랜 기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