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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공동체로 사는 이유 #. 일주일을 보내면 목-금 즈음해 한주의 피로가 몰리듯 일년, 혹은 학기의 삶을 살다보니 어느정도 패턴이 생긴다. 모임에서 나눔할 때 '방학 할 때가 다가오는 것'을 몸과 마음이 느낀다고 하니 공감을 잘 못하더라. 흠. 휴가와 방학의 차이인가. 항상 이 맘때쯤이면 학교에선 동료교사분들과 넋두리를 하곤 했던 것 같은데. #. 의욕넘치는 3월을 알차게 보내면 중간고사 즈음해서 학기가 일상으로 자리잡고 기말고사도 마친 시기엔 깊은 피로가 자리잡는다. 학기말 업무들도 적지 않은 편이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지치는 마음이 들어서 잠시 쉼이 필요하구나 인식하게 된다. 좀 떨어져 있어야 다시 시작할 힘이 난달까. #. 참 신기한게 2학기는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는거다. 1년의 농사가 1학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 더보기
병원에 가다 지난주 교회 모임에서 근황을 나누다 통풍 이야기를 꺼냈다. 오랫동안 나를 알던 이들이 건강을 위해 비만클리닉에 가보는건 어떻겠냐고 추천을 해주었다. 나름 진지하게 반응하고 있었는데 듣는 내 표정이 별로였는지 되묻더라. 몇달전 통풍이 도졌을 때만해도 진통제를 먹으며 식이요법을 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나름 관리에 들어간 뒤에 다시 재발하는 바람에 나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름 자출도 하고 식단도 정리가 되었음에도 확연한 변화가 없어 비만클리닉에 가는 부분도 마음이 어렵게 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그보다는 살을 왜 빼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통통하거나 뚱뚱했던 아이였던 나는 몸무게로 인해 (내적으로는) 자신.. 더보기
지음이 생일 오늘은 찜이의 생일이다. 등교길에 자전거에 태워 할아버지께 가려고 했으나 느닷없는 비소식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잠에서 덜 깬 아이는 다시 잠들지도 못하고 아빠 품에 부비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윤정고모가 준 구름빵 공연 티켓이 마침 오늘이어서 생일 오후까지는 할아버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평소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비몽사몽간에 출발함 첫 아이인 찜이, 임신을 알게 된 순간도, 세상에 처음 나타난 출산의 순간도 아직 생생하다. 결혼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이가 태어난 그 때 내 삶은 커다란 분기점을 지나고 있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빠라는 이름을 붙여준 고마운 녀석. 응아를 싸고 입을 옹알거리던 신생아 시절, 모유수유가 어려워 잘 먹지 못해 엄마와 고생하던 시기, 처음 몸을 뒤집어 막 칭찬해주.. 더보기
기억하라 오늘 설교는 '기억'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월호참사 1주기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이야기가 전에는 이론처럼 들렸었는데 어느새 현실이 되어있었다. 대체 우리는 몇년도를 살아가고 있는건가.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의 광야생활에서 이전 이집트 시절이 좋았다는 불평에 인간 본성이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고작 몇십년전에 파라오의 말 한마디에 모든 남자아이가 죽임당했던 일이 있었다는걸 잊다니. 과거 미화도 어느 정도껏이어야지. ​ 이 책을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엄청 짜증날 것 같아서. 슬프고 괴롭고 할 것 같아서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억해야할 것 같아 한 권 구매했다. 고작 두어장 넘기는데 눈물.. 더보기
사람의 마음 #.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 재미있다. 상황은 달라진게 없는데 마음이 바뀌니 한결 편하다. 혼자일땐 안될 것 같던게 마음이 통하니 희망이 생긴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초입부터 허덕이며 걸어가는 이 길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조금만 더 넉넉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빡빡하게 생활을 가져가야겠다. #.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이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것들을 하고 있다. 헬멧을 쓰는 것도 그렇고 처음으로 자전거 안경과 마스크를 사용하게 되었다. 생색내는 것 같아 하기 부담스러웠는데 눈 주변에 몇번 돌(?)이 튀고 벌레 몇마리가 입에 들어오고 왜 사람들이 복장을 갖추는지 알 수 있겠더라. 집 근처 자전거 샵에 가서 필모리스 자전거 안경을 구매했다. 꽤 기분 좋았음. ​ ​첫 날이라 자전거 안경 표를 떼지도 않음 그런데 돌.. 더보기
학교가는 길 #. 면접보러 가는 길. 거리는 좀 멀지만 역방향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가까운 정류장에서 환승해보니 버스에 아무도(!) 없다. 자리걱정은 안해도 될 듯 #. 272-7028 라인은 1시간 20분쯤 생각해야겠다. 지난번 800번보다는 멀미가 나지 않아 다행이지만 멀긴멀더라. 애용하기는 좀 아쉬운 느낌. #. 업무분장을 위해 출근한 둘째날은 경의선을 타보기로 했다. 우연히 만난 교회동생은 반갑지만 나름 시간 맞춘다고 나온게 직전에 놓치고 급행은 지나처버리다보니 대기시간이 길었다. 다행히 배차간격 20분이라는 버스는 일찍 옴ㅋ #. 체감느낌은 경의선의 압승. 하지만 배차간격이 둘 다 커서 지각의 위험이 크다. 이 모든걸 조절할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겠지. #. 지금 수리중인 전기자전거를 타고 오면 좋겠는데.. 더보기
작은 감사 특수교육을 하는 선배교사들에게 '우리는 똑같이 가르쳐도 제자가 남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는데 공감이 많이 되었다. 지난 근무지에서 첫 제자들을 떠나보낼 때 그랬었던 것 같다. 일년동안 죽어라 고생하면서 정든 아이들이 사진 몇장 남기고 매일 집에 갈 때 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인사를 남기고 가는데 그렇게 마음이 헛헛할 수 없더라. (아마 자폐 애들이 많았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지난 2년동안 계속 담임을 맡았던 애들을 보내는 졸업식이 가까울수록 내 마음은 불편했었다. 나름 정떼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을 준 만큼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졸업준비시간보다 한시간 일찍 등교한 애들 보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정말 좋더라 ^^ 정신없이 졸업식을 마치고 이후 일정들을 쉼없.. 더보기
신뢰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어려운건 가만히 기다리는 것.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이르러서야 멈추게 된다. 더 쉽게 가고 싶지만 더 깊게 가라는 말같아 불편하다. 이러다 정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날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나에게 그만한 신뢰가 있을까. 어린아이의 손길에 잔잔한 물가에 파동이 일어나듯 내 삶에 바람을 일으키시는 그 분을 신뢰하며. 더보기
장인어른과의 대화 금요기도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장인어른과 대화를 나눴다. 주제는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 항상 아내 혹은 장모님과 함께 대화하거나 짧은 안부인사만 전했었는데 두시간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결혼하기 전 인사드릴 때도 아버님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수입은 어느정도 되고 향후 계획은 있는지 물어보지 않으셨다. 결혼을 준비하고 신혼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묵묵히 모아두신 돈을 송금해주시곤 하시는 분이시다. 낮에도 잠깐 공동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는데 한번 시작된 말씀은 길었다.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셨다. 연대보증을 섰다가 가정도 버리고 야반도주한 사연, 형제간에 반목이 일어나 쫄딱 망한 이야기 등 주변에 수없이 많은 사례들을 전해.. 더보기
단상 11시경 지음이가 잠이 들었다. 며칠 수면습관 만든다고 노력하는데 소기의 성과가 있는듯해 뿌듯하다. 다른집 애들은 8-10시면 잔다지만 지음이는 서울 올라오고 12-2시로 수면패턴이 굳어지고 있었으니 지금 11시 정도로 앞당겨진 것도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희언이는 낮에 잠을 잘 자더니만 컨디션이 좋은지 누워서 천장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다. 안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불편한게 있을 때 소리로 신호를 주는 순한 녀석. 이러다 배고파지면 엄마 젖 한번 먹고 잠들지 않을까 싶다. 정신없이 살다보면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예비군 훈련을 마쳤음에도 내가 군대에 가서 전역했다는게 실감나지 않다던지,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는 사실도, 때론 두 아이의 아빠라는 것도 낯설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