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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014-1, 개학 학교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한해의 시작이 3월같고, 한주는 월부터 금까지 5일로 이루어진 것 같다.3월 3일, 2014년 1학기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 특별히 수업이 없고 새로운 학급과 교과, 선생님과 함께하는 적응기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하루 한번은 학생들과 상담을 하게 된다. 내가 원해서 수업을 한건 아니었고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어려워하는 것들이 보일때마다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한두시간쯤은 훌쩍 지나가버리게 된다. 학교생활에 부적응하거나 잘못된 태도를 취하는 원인들은 각각 다르다. 어려운 점은 먼저 이야기를 잘 안꺼낸다는 것, 자신의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더 섬세하게 아이들의 반응을 유도해야하고 이야기의 진행도.. 더보기
고장 인생이란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맥락이라는게 있어서 같은 시기에 비슷한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하고 몸도 어느정도 괘도에 오르고 아내와 아이도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일상이라는 것이 익숙해질 무렵 나의 기기들이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증상이라는건 앞서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확 드러나기도 하는데 간만에 없는데서 느껴지는 빈자리의 존재감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 아이팟 클래식(애플 mp3 플레이어, 7세대, 160g, 실버) - 왜 샀을까, 이미 음악듣기의 시대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간지 오래인데. 더군다나 나는 스트리밍 요금제를 꽤 빨리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mp3 플레이어가 왠말인가. 더군다나 하드가 들어있어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쉽게 고장을 일으.. 더보기
장애이해교육 오늘 첫 일반학생들과 수업(장애이해교육)을 했다. 마칠즈음엔 이마에서 식은땀이 삐질하고 학생들의 무관심을 넘어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길이 2013년의 최악의 순간에 선정될만 했다. 학생들을 욕할게 뭐있나, 다 내가 수업을 못해서 그런건데. 이번주만 9번의 수업이 남아있다는게ㅠㅡㅠ 더군다나 내일이 하루에 3번 ㅋㅋ 슬슬 자야하는데 이제야 멘붕에서 돌아오고 있다. 그나마 정신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면서 수업의 아쉬웠던점을 적어논게 있어서 뚱땅뚱땅 수정하는중. 내일 이 맘때엔 조금 흐믓해야할텐데. 한시라도 빨리 그냥 우리 애들(?)이랑 수업하고 싶다ㅋ 더보기
고등학교에서의 일주일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이란 신학문을 선보였을 때 과학은 어려울뿐더러 천재라 불리우는 학자의 대표적인 이론이라는 것만으로도 엄두한번 내지못한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런 사람인지라 시간의 길고 짧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만 새로운 고등학교에서의 일주일은 중말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명절을 보내고 취업사이트를 뒤지고 아내는 발을 다치고 아이는 자라는 시간을 보내고 개학을 맞게 되었다. 10명 남짓의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고 장애특성과 문제행동을 알아가고 실없는 농담과 위엄있는척 권위를 내세우며 관계를 조정하는 사이 한주가 흘렀다. 고등학교 근무도 처음이고, 숫자도 많을뿐더러 세심하게 지도해야하는 학생들, 나의 교실이 아닌 교무실에서 있어야 하는 불편함,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과의 조율, .. 더보기
털어내기 삶은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들이 어찌보면 선택의 순간들이라는 말이겠지. 그 선택들 사이에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었을수도, 때론 아무 영향을 남기지 못한체 잊혀져간 것들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쌓여온 캐시들이 찌꺼기처럼 남아 컴퓨터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처럼 삶이라는 선택도 미루어둔 이야기나 망설임, 혹은 아쉬움으로 인해 나아가야 할 순간임에도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되도록 하는 마음의 찌꺼기를 남길 수 있다. 부모님댁을 가기로 했던 월요일이 인생의 찌끄레기의 최절정이었다면 집으로 돌아온 오늘은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한 것처럼 개운한 마음으로 털어내고 온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2013과 직장과 특수교육 #. 프린터 (특히 파랑 잉크!.. 더보기
창조적으로 죄에 대응하기 친구 여러분, 창조적으로 사십시오! (메세지, 갈6:1) 공동체의 지체의 죄에 대한 말씀으로 '창조적'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다니. 왠지 어색한 까닭은 죄라는 영역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을 뿐 아니라 다루기 싫은 주제이기 때문일 것 같다. 교회를 다니다보면 (그리고 시심을 꾸준히 하다보면) 다른 이들에 죄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가 쉬운 것 같다. 마치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인양 다른 이들을 대할 때 상대의 인격을 배제함으로 인해 우리 자신의 인격도 파괴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교사라는 껄끄러운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학생들을 대할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때가 있다. 소소한 잘못들이야 항상 있는 것이지만 나의 인격의 끈을 놓아버리게 하는 경우들은 대체로 이미 몇번 지적한 일들이 재발된다거나 이정도는 .. 더보기
야간생활지도 때때로 내가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곤 하는데 오늘같은 날에는 좀 실감이 난다. 현재 나는 '겅기도 청소년 수련원'에서 고양 특수학급 연합캠프에 참가중이다. 교사로 참가하는 것이 학생 때와는 여러 차별점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한가지는 야간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수학여행이든, 수련회이든 어떤 형태와도 상관없이 학생과 함께 밤을 지샌다면 교사들(특히 남교사들!)에게 주어진 숙명과 같다고나 할까. 작년에 처음 캠프에 참가했을 때 난 4시에서 기상시간인 7시까지의 마지막 근무타임으로 배정이 되어있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걸까. 가끔씩 지나가는 다른 학교샘들은 계셨어도 나와 같이 근무조였던 다른 샘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근무를 서고 있는 나에게 '성실하다'느니 '피곤하지.. 더보기
하.나.의. 여름수련회 후기 2012년 여름수련회 '욕망과 함께 춤을' 가 끝났다. 이번 수련회만큼 기대하는 마음없이 참여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이제 갓 백일된 아기와 정리는 꿈도 못꾼 새로 이사한 집, 얼마 남지 않은 방학기간 등등게다가 욕망이라는 주제를 세미나로 풀어낸다고 했을 때 과연 잘 다룰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있었다. 수련회 기간동안 나의 욕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면서 나 자신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나라는 사람이 욕망하는 것들이 내가 바라는 것보다는 내가 해(내)야하는 것들만 떠오르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나 이사과정의 마무리 같은 경제적 안정들로 가장으로의 책임이 크다는걸 새삼 느꼈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성실함을 가르쳐 주시고 그렇게 살아오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성실하실 뿐 아니라 믿음으로.. 더보기
이사 전날 분명 피곤한데 잠은 잘 안온다. 늦게나마 짐정리를 했는데도 내일이면 이 집에서 생활하지 않는다는게 잘 와닿지 않네. 이 넓은 방에 먼저 배송된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아져있던 그 때가 기억이 난다. 결혼한다는 것이 무언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정신없이 준비하던 시절. 겨울에 난방비가 19만원이 나와 깜짝 놀라 임산부인 아내와 보일러 가동을 꾹꾹 참으며 지낸 겨울ㅋㅋ 지음이가 태어나던 날 거실에서 탱탱볼에 기대어 통증을 버티던 새벽녁. 후배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교회 85들과 함께한 연말파티. 별거 아닌 시간들 같아도 하나하나 떠올리니 추억들이 많구나. 아마 처음이 가지는 의미와 이 집에 살면서 크게 불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아쉽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졸업 이렇게 한 해가 갔다. 운동장에 가득찬 자동차들과 한가득 복도에 계셨던 학부모들, 스승의 은혜와 교가로 맺어지는 졸업식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지만 어색한 미소로 사진 찍히는 역할이 되었다는건 전혀 새로웠다. 몇번의 인사와 촬영 이후 복작거리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텅빈 교실만큼이나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더라. 아쉬움의 눈물도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한해동안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리고 이제 다시 그 기회가 주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아쉽고 그렇더라. 졸업엘범의 내 모습이 어색하다. 촬영순간에는 씨익 잘 웃었던 것 같지만ㅎㅎ 담임으로 부임한 첫해였는데 아는 것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선생을 받아준것이 녀석들에게 고맙구나. 너희들의 희생(?)이 나중에 만날 동생들에게 좋은교사를 만나게 해줄 밑거름이 .. 더보기